달력

3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회사에 들어와서 취재하고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다. 멀리서 지켜보기에 그래보였다. 잘못된 셈이었고, 착각이었다. 그건 기본이었고 그 기본에 더 많은 것들이 붙었다. 고민이 늘었다, 그래서. 교육도 받고 구상하고, 기획하고, 관계의 긴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선배들과 전부터 알아서 더 긴장하고 고민한다. 요즘, 무척 부산스럽다. 머리와 몸 둘 다 부산스럽다. 일상에 파묻혀 중심을 잃을까봐 일기를 악착같이 써 나간다.

 
  오늘(2일)은 사진모델을 했다. 실용문화팀 오윤현 선배가 쓸 ‘공황장애’ 기사에 삽입되어야 할 사진이었다. 안희태 선배가 날 찍었다. 이진수 선배의 PMP를 들고 지하철에서 몰입하는 연기를 펼치면 됐다. 나는 지하철에서 쪽팔려 죽겠는데 안 선배는 아랑곳없이 찍었다. 나와 안 선배의 모습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같았다.

 
  다 찍고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안희태 선배의 한탄.

 
  “사진기자는 권한이 별로 없다. 이건희 황제 스키장 찍을 때도 삼성에서 나한테 연락한 번 없었다. 내가 담당이 아님을 그들도 아니까…”


  담배를 피우며 그는 내게 말했다. 사진기자의 비애와 고생, 어려움을 어린 취재기자는 세상히 알진 못한다. 나는 다만 그의 말에 마음을 얹었다.


  희태 선배의 냉정함 너머에 숨은 연약함과 여림을 나는 조금 알았다. 이 날도 알았고, 예전에도 조금 알았다. 그가 웃길.

 

Posted by 이환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