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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1.08 <시사IN>에서의 농담
  2. 2009.01.08 다시, 길을 고민하다
 


  <시사IN>신년 특강이 열린 프란치스코 성당. 허겁지겁 움직이는 내게 이상곤 팀장이 물었다.


  “밥 먹었냐?”


  “못 먹었는 데요.”


  “왜? 밥도 안 먹고 뭐 했니?”


  “그러게요.”


  "하긴, 넌 잘 생겨서 밥 안 먹어도 배 부를 거다.”


  그가 내게 농을 걸었다. 농을 받았다.


  “그럼요, 저는 배고플 때 거울 봐요.”


  “….”


  이런 식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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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신년 특강 첫 번째 연사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다. 그는 ‘대안경제’에 대해 말했다. “청년들아, 그리고 사람들아. 남들이 가는 길(피 튀기는 경쟁장)가면 재밌냐? 나는 재미없더라. 혼자 잘 살면 재밌냐? 나는 재미없더라.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가라. 100%다. 시민사회단체가 블루오션이다.” 라는 게 그의 야마였다.


  운이 좋았다. 특강이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그와 지근거리에 앉았다. 그의 말이 들리는 곳에 앉았다. 박변을 안지가 2년 정도 되었고 특강도 여러 번 들었다. 하지만 매번 연사와 청중의 관계였고 상임이사와 일개 리포터의 관계였다. 거기서 그쳤다.


  맥주잔을 앞에 두고, 안주 등속을 앞에 두고 박변은 내 건너편에 앉았다. 선배들은 그를 붙잡고 득달같이 물었다. 박변은 시민사회의 어른이었고 언론이 주목하는 주요 취재원이었다. 그와의 술자리, 어제와 같은 자리는 흔치 않았다. 선배들은 ‘현재의 정치상황, 시민사회의 위기, 언론(공론장)의 위기’등 이것저것 많이도 물었다. 박변은 짜증내지 않았고 지루해 하지 않았다. 말을 막지 않고 다 듣고 답해줬다.


  나는 기회를 엿봤다. 선배들의 문과 박변의 답이 그치는 휴지(休止)가 내가 노려야 할 곳이었다. 머잖아 빈틈이 생겼고, 나는 물었다. 술김에 박변이란 위치도 모호해졌다.


  “변호사님의 배우자론(자신은 시민사회활동가 등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배우자는 번듯한 사람을 얻어라)을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가요? 번듯한 배우자가 우릴 봐주겠습니까.”


  오래 전부터 논쟁이 분분하던 지점이었다. 희망제작소에 있을 때부터 같이 일하던 대학생들은 박변의 ‘배우자’론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됩니다. 구하면 되죠. 구할 수 있습니다." 박변의 답이었다.


  취중이라 그의 답이 명징하게 오지 않았다. 의문이 풀리지는 않았다. 그저 ‘그렇구나’하는, 다시 질곡으로 들어가는 문답이었다.


  박변의 ‘배우자론’을 비롯한 대안경제. 그의 의뭉한 제언이었다. 오래, 그 의뭉한 제언을 고민한 날들이 있었다. 의뭉했고, 희붐해서 손에 잡히지 않을 제언들이었다. ‘인턴기자’가 됐고, 언론영역에 발을 담갔다. 취재 하며, 번잡한 고민을 숱하게 한다. 어제 취재 끝에 피로 상태로 그의 말을 들었다. 신기하게도 들어온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시,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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