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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에 해당되는 글 30건

  1. 2009.01.26 무제
  2. 2009.01.24 23일 서울역 추모제에서

   수음을 마친 직후 그는 제 쪼그라든 성기를 주물거리며, 흩어진 열락(이를테면)의 찰나를 안쓰러워 했다. 그 후의 남는 무(無)의 세상. 잠은 달아나고, 달뜬 뜨거움도 스러졌다. 텅빈 제 방에 채워지는 공허. 스스로 못 견딜 제 지난 날. 염치는 있었다. 부끄러웠던 제 과거가 드문드문 떠올랐던 것을 보면. 염치인지, 강박인지 사실 그것도 애매한 노릇이긴 했어도.
  "애매한 것 투성이다, 제기럴!!"
  공허함에 뱉어보는 말이었다. 제게 오는 말이었다. 화자와 청자는 동일했다. 뱉어놓고 그는 다시 공허해진다. 새벽 2시.
 '시각. 삶을 덧없이 분절해놓은 짓. 시각이 대수인가. 동은 트지 않았다. 나는 무얼 하고 있나.'
  눈알이 여북하다. 안약 껍질만 있는 책상. 안약은 그의 외투 주머니에 있을 것 같았다.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왜 이 시각에 이러고 있나. 드러 누우면 잠이 오려나? 모두를 잊고, 모든 것에 낯설게, 시간도, 공간도, 흔적도, 기억도 모두 잠 속에 파묻어놓고 잤으면 좋겠다. 되려나. 별 기대 안 한다.'
  컵에 물이 없었다. 건조한 방이(혹은 밤이)었다. (2008.12.07)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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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가 다시 전국에 불어닥친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는 사람 여럿이 모였다. 사람들은 추모제를 열었다. 용산에서 벌어진 사태에서 숨진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제였다. 추모제는 추모제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악한 정권에 대한 적의를 다지는 자리가 추모제와 같이 열렸다.
  사람들 몇은 오들오들 떨며 서울역 1번 출구 앞을 둘러쌌다. 그들은 정권 반대 구호를 쉼 없이 외쳤다.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그들을 쳐다봤다. 함성은 쉼 없었고, 함성은 시선에 개의하지 않았다.
  행사 중앙무대 단상은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 피해 유족들이 단상에 올랐을 때 군중은 숙연해졌다. 유족이 걸러지지 않은 감정으로 정권 비판을 할 때 군중은 함성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여름 '정권 퇴진'이란 구호가 시민들 입에서 회자되었을 때 다른 시민들은 "너무 나갔다"며 토론과 설득을 벌였다. 이 날은 달랐다. 누구 하나 '정권 퇴진'을 "너무 나갔다"하지 않았다. 적층된 사람들의 불만과 울분이 서울역을 메웠다. 사람 여섯이 죽고 며칠이 지난 날이었다.
  여권 실세 정치인은 이번 사태를 보며 "불길한 조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경찰의 진압에 주춤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날 3000여명의 시민들은 진압을 헤치며 서울역에서 홍대까지 행진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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