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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1.24 23일 서울역 추모제에서
  2. 2008.09.08 진보와 밥

  한파가 다시 전국에 불어닥친 23일 밤. 서울역 광장에는 사람 여럿이 모였다. 사람들은 추모제를 열었다. 용산에서 벌어진 사태에서 숨진 사람들을 기리는 추모제였다. 추모제는 추모제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그악한 정권에 대한 적의를 다지는 자리가 추모제와 같이 열렸다.
  사람들 몇은 오들오들 떨며 서울역 1번 출구 앞을 둘러쌌다. 그들은 정권 반대 구호를 쉼 없이 외쳤다.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그들을 쳐다봤다. 함성은 쉼 없었고, 함성은 시선에 개의하지 않았다.
  행사 중앙무대 단상은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 피해 유족들이 단상에 올랐을 때 군중은 숙연해졌다. 유족이 걸러지지 않은 감정으로 정권 비판을 할 때 군중은 함성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여름 '정권 퇴진'이란 구호가 시민들 입에서 회자되었을 때 다른 시민들은 "너무 나갔다"며 토론과 설득을 벌였다. 이 날은 달랐다. 누구 하나 '정권 퇴진'을 "너무 나갔다"하지 않았다. 적층된 사람들의 불만과 울분이 서울역을 메웠다. 사람 여섯이 죽고 며칠이 지난 날이었다.
  여권 실세 정치인은 이번 사태를 보며 "불길한 조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경찰의 진압에 주춤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이날 3000여명의 시민들은 진압을 헤치며 서울역에서 홍대까지 행진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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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밥

일기 2008. 9. 8. 23:34
맑고 더웠다.


  연찬장의 공기는 식기소리와 뒤섞였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먹었다. 음식을 나르는 이들은 바빴다. 참여연대 '후원의 밤'이 열린 8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대연회장에서였다. 숟갈에 그릇이 부딪는 소리와 밥을 먹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소리, 담소가 연찬장을 메웠다. 참여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그 곳에서 올해 참여연대가 내건 5대 기치를 설명했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시민의 구실에 관해 설파했다. 민주당 정세균 대포는 지난날의 실정을 사과했다. 정치권이 잘못해 시민단체가 수고롭고 국민들이 고생한다는 말이 그 골자였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은 밥 먹는 소리에 묻혔다. 사람들의 담소에 '시민의 구실'이 묻혔다. 숟가락과 그릇간 부딪는 소리에 '정치'와 '실정'이 묻혔다. 밥을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생활의 보편은 참여연대가 내건 '진보'가 추구해야 할 정의로운 질서였다. 그 단순한 질서 앞에 온갖 고담준론과 미사여구가 묻혔다. 이것은 애처롭지만 합당한 세상의 질서였다.


  지난날 진보의 말들은 성하고 우뚝해 스스로 청청했다. 밥 먹는 일과 동떨어진 진보의 일들은 밥 먹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오늘 연찬장의 만찬은 풍요롭고 단란했으나 준엄하고 매서웠다. 사람들은 밥 먹으며 그것을 몸으로 말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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