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거리편집국 앞에 펼쳐진 현수막이 흥미롭습니다. 문구로 보아 예비군들의 모임이 쳐 놓은 것 같습니다. 읊자면 "경찰은 명박이를 지키고 예비군은 국민을 보호한다."입니다. 예비군들의 결연한 의지의 표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오늘은 예비군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 광장과 거리 곳곳에선 예비군들의 대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열의 뒤엔 의료봉사단의 여자분이 한 분이 같이 걷고 있어서 흡사 스타크래프트의 마린과 메딕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초 예비군들은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전경들의 탄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시민들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세우고서였습니다. 초기 그들의 활약은 눈에 띄었습니다. 시민들은 예비군들을 격려하고 격려에 힘입은 예비군들은 차도에서 시민들을 돕는다거나 전경들의 방패질에 맞섰습니다. 과자와 초코렛, 빵 등의 그들의 식량이었습니다. 보급책은 시민이었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의 존재에 대해 문제제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들의 군복(일명 개구리 복이지요)이 은연중에 위압감을 조장한다는 것과 그들의 시민보호가 본 의미에서 앞서나간 과잉의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6월 7일 새벽이었습니다. 청와대로 가자는 시민 몇이 서대문으로 달려 한 골목으로 빠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닭장차가 그들을 막고 있었지요.
시민들은 닭장차 앞에서 행진을 하려고 했습니다. 전경은 차 뒤에 숨어 있었구요. 시민들을 막은 것은 예비군이었습니다. 고성과 시비가 오갔습니다. "예비군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광화문 쪽으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은 그 역할을 당신들(예비군들)에게 맡긴 적 없습니다. 우리는 가야겠습니다." 닭장 차 앞에서 결국 시민들끼리 붙었습니다.
예비군들은 요즘 명찰을 청테이프로 가리고 다닙니다. 마스크도 씁니다. 말을 섞어본 결과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던 예전과 달리 조직돼가고 있는 듯합니다. '윗선'이라는 용어도 들립니다. 거리에서 열을 맞추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시민 한 분은 그들을 보며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쟤들 병정놀이에 푹 빠졌다. 훈련장에서 저렇게 군기있게 걸어보지." 예비군들의 초기 의도가 퇴색되어가는 것을 우려해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