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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자의 끄적임'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8.06.08 거리에서 예비군을 논하다
  2. 2008.06.07 거리의 품은 넓다

  시사IN 거리편집국 앞에 펼쳐진 현수막이 흥미롭습니다. 문구로 보아 예비군들의 모임이 쳐 놓은 것 같습니다. 읊자면 "경찰은 명박이를 지키고 예비군은 국민을 보호한다."입니다. 예비군들의 결연한 의지의 표상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오늘은 예비군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 광장과 거리 곳곳에선 예비군들의 대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열의 뒤엔 의료봉사단의 여자분이 한 분이 같이 걷고 있어서 흡사 스타크래프트의 마린과 메딕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초 예비군들은 자발적으로 모였습니다. 전경들의 탄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시민들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세우고서였습니다. 초기 그들의 활약은 눈에 띄었습니다. 시민들은 예비군들을 격려하고 격려에 힘입은 예비군들은 차도에서 시민들을 돕는다거나 전경들의 방패질에 맞섰습니다. 과자와 초코렛, 빵 등의 그들의 식량이었습니다. 보급책은 시민이었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들의 존재에 대해 문제제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들의 군복(일명 개구리 복이지요)이 은연중에 위압감을 조장한다는 것과 그들의 시민보호가 본 의미에서 앞서나간 과잉의 상태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6월 7일 새벽이었습니다. 청와대로 가자는 시민 몇이 서대문으로 달려 한 골목으로 빠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닭장차가 그들을 막고 있었지요.

  시민들은 닭장차 앞에서 행진을 하려고 했습니다. 전경은 차 뒤에 숨어 있었구요. 시민들을 막은 것은 예비군이었습니다. 고성과 시비가 오갔습니다. "예비군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왔습니다. 광화문 쪽으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시민들은 그 역할을 당신들(예비군들)에게 맡긴 적 없습니다. 우리는 가야겠습니다." 닭장 차 앞에서 결국 시민들끼리 붙었습니다.

  예비군들은 요즘 명찰을 청테이프로 가리고 다닙니다. 마스크도 씁니다. 말을 섞어본 결과 자발적으로 모여 활동하던 예전과 달리 조직돼가고 있는 듯합니다. '윗선'이라는 용어도 들립니다. 거리에서 열을 맞추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도 합니다.  

  지나가는 시민 한 분은 그들을 보며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쟤들 병정놀이에 푹 빠졌다. 훈련장에서 저렇게 군기있게 걸어보지." 예비군들의 초기 의도가 퇴색되어가는 것을 우려해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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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MT 3일째 오후 6시 50분 파이낸셜 센터 빌딩 앞.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그 분들의 피켓엔 "촛불을 자기를 희생시키는 정적인 저항입니다.", "촛불이 나라를 태우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밝은 인터넷 운동'이라는 단체의 주최로 열린 이 집회의 효과는 화끈합니다. 그 분들 주변에 많은 분들이 둘러싸고 계셨습니다.

 대다수는 오늘 있을 7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오신 분들입니다. 무리를 보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니요. 그 수많은 인파 앞에서 꼿꼿한 그 분들의 자세에선 비장한 사명감마저 느껴졌습니다. 반대집회 사람들 가운데에는 10대도 있습니다. 파이낸셜 센터 앞에는 MBC, KBS, 다음의 보도 행태(?)에 반대하는 피켓들도 늘어서 있습니다.

 "꺼져라!!", "가라!!"라는 고성이 울렸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제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무리에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탄압하지 않는다."란 거룩한 민주주의의 금언도 들립니다. 대한민국 서울 복판에선 민주주의의 귀한 말들이 대화로 오갑니다.

  집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공언합니다. "7시에 가겠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의 답은 "7시에 간답니다. 우리 같이 애국가를 부릅시다."입니다. 거리에서 입장차는 중요한 게 아닌가봅니다. 찬성의 입장에 섰든 반대의 입장에 섰든 상관 없습니다. 애국가는 편을 나누지 않습니다. 두 무리가 어우러져 애국가를 부릅니다. 거리에 애국가가 퍼지는 모습은 편협한 기자의 눈에 '충격'이었습니다.
 
 고백하겠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못마땅해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분들의 모습과 그 분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또 배웠습니다. 거리의 품은 제 의견과 다르다고 탄압을 한다거나 윽박을 지르는 작은 품이 아니었습니다.

  국민 MT 3일 째. 풍경이 훈훈합니다. 덕수궁에서 사람들은 흥겨워보입니다. 세종로는 큰 품으로 그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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