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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자의 끄적임'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8.06.05 축제 한 켠에서
  2. 2007.10.27 2007 주사파 풍경
 지금 세종로 일대는 축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앉아 거리의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침이슬'과 '광야에서', '대한민국 헌법1조' 등의 노래가 번갈아 나오고 있습니다. 세종로를 지키는 경찰들 앞에서 시민들은 보란 듯이 그들의 축제를 즐기고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얼굴이 밝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어제까지 지쳤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달여 씩이나 지속되는 집회에 안 지칠 수가 없었습니다. 시사IN 거리 편집국 옆에 주저앉아 처음 보는 웬 청년 분이랑 얘기를 나누며 "지쳤다. 진짜 저 사람들 우리 지치게 하는 데 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통합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이 우리 말에 수긍해줬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좀 다르네요. 광장을 메운 사람들의 기운을 받고 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었건만 스스로 지쳤다고 포기 선언한 제가 못나 보였습니다. 한편으론 반성도 되더군요. '여기 나오면서 어쭙잖은 부담 같은 것을 혼자 짊어지려 한건 아닌가.'라는 반성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저는 건방과 오만의 조합으로 혼자 스스로 지쳤다고 한 것 같습니다.

 시청 광장에 마련된 한 천막에 짐을 부려두고 세종로 곳곳을 돌며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더군요. 대학생들은 깃발하나를 그네들 속에 꽂아두고 MT온 것 같이 놀았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MT에서 가요를 불렀다면 그네들의 거리 MT는 '민중가요'를 부른다는 것이지요. 율동에 문선도 하고 북도 치고 노래도 하고 이 시국에 즐거워 보입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시국이 무슨 소용인가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아닙니까.

 교보빌딩 앞엔 '토론의 성지' 아고라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요즘 아고라 잘 나갑니다. 아고라 뜨면 청와대는 유도 아니고 조중동도 쪽도 못 쓴다고 합니다. 언론의 논조는 물론 언론사 광고주의 행태까지 따져 물으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까지 손길이 안 미치는 곳이 없다는... 시사IN도 아고라에 잘 보여야 할 듯합니다. 물론 독자가 우선이지만요.
 
 행렬이 웅성웅성 하네요. 들리는 소리엔 행렬 한 무리가 독립문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대들이 "졸지말고 청와대로!!" 하더니 사람들이 지루했나봅니다. 다치지 말하야 하는데 다치면 안 되는데. 맘 속으로 뇌봅니다. 그 곁에서 거리편집국의 무선인터넷이 느리다고 기자님들의 원성이 들리네요. 축제의 풍경입니다. 축제는 72시간동안 계속 된다고 합니다. 장소는 세종로를 비롯해 서울 도심이구요. 축제의 제물은 말 안해도 다 아실 겁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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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모 시민단체 활동가 曰 "(종로구) 수송동에는 NL(민족해방) 술집이 많다. PD(민중민주)놈들이 여기와서 민족통일의 깊은 뜻에 젖고들 가곤 하지." 좌중 폭소.

NL, PD? 무슨 암호문 같다. 처음 들었을 땐 그랬다. 알고 보니 운동권 진영을 양분하는 계파들의 명칭이란다. 과거, 그들의 세는 컸다.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이 둘 안에 속했다. 지금도 그들은 유유히 이어졌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안엔 아직도 그들을 나눈다. 이를테면 저번 민주노동당 경선은 조직과 계파의 싸움이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권영길 후보의 지지 계파가 NL이었다. 심상정 의원의 지지계파는 PD였다. 1차 예선에서 노회찬이 밀렸다. 노회찬 의원은 지지 계파가 없었다(그는 노회(老獪)하지 못했다) 대중적 인기로 따지면 그가 일등이었을 것이다. 이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NL은 주로 민족문제에 천착한다. 그들은 북이 멀지 않다. 가깝고 정겨워 한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그들이었다. 민족의 위도한 영도자 수령님(개뿔)을 동경했던 것이다. 백낙청 선생이(이 분은 주사파가 아니었다) 그들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다. PD는 주로 민중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노동자와 농민을 강조한다.

주사파는 주체사상파의 줄임말이다. 과거 정권의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지금도 몇몇 음지에 숨어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만 납득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선배들의 오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안이 그렇게 없었나 하곤 했다.

2007년 주사파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역시 주로 대학에서 쓰이는데 일주일의 나흘을 수업 받는 애들을 두고 주사파라 한다. 주삼파, 주오파와 같이 쓰인다. 그러나 그 말은 사상적 그림자가 걷혔다. '주사파' 정도면 성실한 것이다. 나는 '주오파'다. 그러나 성실한 것 같지 않다. 주사파의 가벼움을 느끼며 요즘 아이들의 가벼움도 같이 느낀다. 역사도 철학도 문학도 다 멀리한다. 사회과학 서적은 끔찍해 한다. 깊은 고민없이 말초적 즐거움과 순간의 편함을 추구한다. 그 흔하던 '문학소녀, 문청'들도 보기 어렵다. 책을 읽어도 깊은 생각없는 '재테크, 처세, 일본의 대중문학' 정도다. 그마저도 읽으면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대학생들의 잘못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세상의 탓이다. 이 사회를 휘감은 그 무엇이 깊은 고민과 성찰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일종의 음모론인가. 그렇지 않다. 실제 그렇다. 그 무엇은 '돈', '자본'이다. 돈의 힘은 막강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삼성'이 대표다. 삼성은 이미 언론계를 다스린다. 그들과 맞서려다 일터를 떠난 이들이 만든 매체가 <시사IN>이다. 이건 뭐 중요한 건 아니고...

삼성보다 더 막강한 적이 있다. 전 세계를 휘감은 '신자유주의'다. 이 녀석은 정말 세다. 당최 답이 나오질 않곤 있다. 양극화와 실업, 심지어는 국가 전체를 파탄내기도 한다. 몇몇의 학자와 사람들이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택도 없다. 힘에 부친다. 우리나라에 '신자유주의'가 그늘을 드리운 건 97년 외환위기 이후 였다. 당시 12살이던 나는 단순히 용돈이 줄고, 집에서 하던 비디오 가게가 어려워졌을 뿐이라고 느꼈다. 커서 그 시대를 보니 정말 장난 아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글이 길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됐다. 사람들은 당장의 밥벌이와 생계에 성찰과 고민을 뺐겼다. 돈을 벌기위해 마소처럼 일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돈이 잘 벌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일자리에서 떠날 무서움도 늘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 비정규직이 올해 110만이나 늘었다고 한다. 치열하고 피터지는 경쟁의 장에 사람들이 놓여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돈도 없다. 여유도 없다.

2007, 대학생 주사파의 성찰은 헐겁고 굶주렸다. 과거 주사파 선배들의 판단은 빗나갔을지언정 깊고 묵직했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수록 또 다른 주사파가 등장한다. '술 마시면 주사'를 잘 부린다는 '주사(酒邪)파'다. 주사는 늘 진상스럽다. 그러나 그들의 주사를 탓할 수만은 없다. 세상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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