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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것을 붙잡고 싶은 자의 끄적임'에 해당되는 글 52건

  1. 2007.10.22 07대선시민연대
  2. 2007.10.21 선희의 말대꾸, 그리고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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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선의 해다. 대선은 유권자인 국민이 그들의 공복을 고르는 행사다. 선거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도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꾼들만의 잔치다. 정치공학, 흑색선전,상호비방의 술수만 난무한다. 정치인들이 뱉어 만드는 말의 성찬 속에 정작 선거의 주인인 국민은 없다.

 올해 3월,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정치권의 이같은 작태를 보고 유권자 운동을 전개해나갈 유권자운동단체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필요성을 중심으로 5개월여의 논의 끝에 탄생한 단체가 07대선시민연대다. 대선시민연대는 지난 8월 30일 전국 361개의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으로 만들어졌다. 논의 과정 중에는, 특정 후보의 공개 지지를 요청한 단체들도 있었다. 이 단체들은 배제됐다. 대선시민연대는 정치적 결사체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선시민연대가 바라보는 지금의 대선상황은 암담하다. 지금 상황은 유권자가 소외된 후보 중심의 대선이다. 여론조사 상 후보지지율에 대선이 좌우되는 듯한 경마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대선시민연대는 올해 대선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선시민연대의 정영철 녹색교통운동 회원관리팀 팀장은(대선시민연대는 한시적 단체이므로 산하 단체의 상근자가 파견나와 근무를 맡고 있다)"87년 6월 항쟁 이후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정착과 남북관계의 평화조성이(한국정치 상황의)주 의제였다."며 "그 후 20여년이 흐른 올해 대선은 양극화 극복으로 실질적 민주주의 확립과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걸음을 내딛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선시민연대의 활동은 두 개의 산하 부서(정책 연구소,유권자 운동본부)를 축으로 전개된다. 정책 연구소에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7대 방향'(△중소기업, 영세상인, 비정규직에게 희망을 주는 경제민주화 실현 △지속가능한 사회와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사회 실현 △국민 모두의 행복과 건강을 보장하는 적극적, 보편적 복지의 실현 △다양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공교육의 정상화와 교육복지 실현 △남녀가 함께 일하고 돌보는 성평등사회 구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선도하는 평화국가 실현 )을 제시해 각 대선 캠프나 언론기관에 전달하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해 현실화 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을 선정,폐기한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7대 방향'은 시민사회단체 내부의 합의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공약폐기운동'은 말과 과장 뿐인 공약의 일방적 수용대상인 유권자들이 직접 검증해보자는 취지다. 폐기대상은 11월 13일에 최종 확정된다.

 유권자 운동본부에서는 네가지 활동을 한다. 우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바를 소재로 만든 UCC물을 제작해 대선시민연대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이른바 '천개의 번개(팅)', 인사동의 한 곳(남인사마당)에 촬영장비를 설치,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아 방송하는 유권자 TV방송. 대선시민연대와 그 산하 단체의 활동가들이 국민들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활동과 유권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UCC공모전(공모된 UCC물들은 추려져 12월 8일께로 예정된 시상식 겸 영화제에 오르게 된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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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시민연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기치는 '판을 흔들자.'였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참여로써 정치꾼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대선을 흔들자는 말이다. 출범 2달,대선을 2달여 남긴 지금쯤이면 슬슬 판이 흔들려야 한다. 판이 흔들리고 있을까. 유권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가 뻔할 것'이란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많이 퍼지고 있다. 뻔해도 한국사회의 요구를 수렴해 정치권에 전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 일것." 정영철 팀장은 대선에서 유권자 참여 저조의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어 그는 "언론, 미디어의 보도가 순 후보자 중심이다. 유권자가 빠져있다.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담고 있지 않는 것이다. 또 후보자들의 정책, 자질, 비전, 가치 등을 검증할 장을 마련해야 할 언론, 미디어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결과만 남발해 깊이있는 국민여론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대선시민연대가 바라보는 이번 선거의 모습은 '경마판'이다. 여론조사 상 숫자를 놓고 후보자의 우열만 판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유권자 선거법도 문제다. 선관위는 인터넷 상에서 유권자들이 개진하는 대선 관련 말의 꼬투리를 잡아 처벌하고 있다. 선관위는 온라인 상에서 유권자의 입을 막고 있다. 이는 선거법의 문제다.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는 대선시민연대가 지난 9월 13일에 주최한 '공직선거법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현행법을 두고 "현행 선거운동에 대한 법규는 선거관리자를 위한 것이지 유권자나 후보자의 입장이 고려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라며 관리자 중심의 선거법을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치적 불신을 전제로 숨이 막힐 정도의 규제로 가득한 것이 현행 선거법이다."라고 현행 선거법을 정의내렸다. 선거법이 철저히 관리자의 입장과 편의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대선시민연대는 선거를 앞둔 국민들이 부지런해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지런히 후보자들을 찾고, 검색하고,비교해야만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송곳같은 민주주의의 금언이 있다. "참여하지 않으면 요구할 권리도 없다" 대선시민연대가 유권자들에게 전하는 충언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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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희는 말대꾸를 잘한다. 특히 나한테 잘하는 것 같다. 한번은 내가 국문과 선배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가끔은 성질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재밌어 계속 성질을 돋우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은 웃어버린다.
하루는 영어공부를 하는 선희에게 물었다.
"영어 잘하냐?"
 "아니요, 못하는 데요."(비음 섞인 그 특유의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럼 국어는 잘하냐?" "아니요, 국어도 못하는 데요."
 "그럼 넌 뭘 잘하냐?"
"선배, 그런 건 왜 물어요?"
"그냥, 심심해서."
"선배(--^)!!"
"넌 잘 하는 게 따로 있잖아."
"뭔데요, 그게?"
"너는 말대꾸를 잘해." 선희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긍정의 웃음 같아 보였다. 저도 지가 말대꾸를 잘 하는 거 아나보다.

 나는 말대꾸를 잘하는 선희가 유독 예뻐보인다. 가끔 열 올리고 씩씩대며 말대꾸하고, 개기는 거 보면 딱 나 같기도 하다. 대학생의 모습같다. 요즘 대학생들, 말대꾸를 잘 못한다. 누가 뭐라 하면 쫄거나 얼어서 말을 더듬거나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고 백남준 선생은 민주주의를 한마디로 정의내렸다. "민주주의는 말대꾸"란다. 처음 그 말을 봤을 때 살짝 어이없었다.

내가 믿고 있던 민주주의의 그 수많은 규칙과 방법, 절차가 완전 붕괴되고 전복되는 말이었으니. 그러나 거듭 생각한 후 납득했다. 민주주의는 말대꾸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권력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항하거나 반발하면서 지금의 민주주의가 생긴 것이다. 말대꾸는 기본이자 전부다. 선희 녀석의 말대꾸 속에는 그 위대한 원리가 숨어있는 것이다(놀랍게도).

우리 학교가 몇년 새 내건 기치는 '상상력'이다. '상상력이 펜보다 강하다'란다. 동의할 순 없지만 상상력의 대단함엔 공감한다. 상상력은 모든 비판에서 시작된다. 비판의식이 없다면 상상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상상력의 구체적 행동인 발명도 기존의 물건이나 도구가 인간의 몸에 편하지 않다는 비판에서 시작된다. 문제의식 속에 상상력이 담겨있는 것이다. 현실의 안주하면 발명과 상상력은 이루어질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생은 간단하다. "대학생은 대드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선 70~80년대 운동을 하던 선배들이 그랬다. 68년 전 세계의 대학생들은 모든 전쟁에 저항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계의 꼴을 보기 싫었다는 이유였다. 말도 안되는 전쟁에 동원하는 국가권력의 폭압에 견디기 힘들어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선배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세계의 전쟁은 끝나고 저항했던 대학생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리도 선배들의 비판으로 형식적 민주주의나마 누리고 있다. 이제는 읽고 싶은 책을 읽어도 누가 뭐라 안하고 밤 늦도록 술판을 벌여도 뭐라하는 사람 아무도(부모님 빼고)없잖은가.

 내가 생각하는 기자도 간단하다. "기자는 개기자는 것!!" 물론 지금 많은 기자들은 순한 양이 됐다. 특히나 주류 매체 기자들의 순응 모습은 역겹기가 입에 담기도 싫은 정도다.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 권력앞에서 그들은 꼬리를 흔들고 있다. 하긴 꼭 그들만 탓할 수는 없다. '김승연, 정몽구'등 재벌 총수에 말도 안되는 처벌을 내린 사법부도 자본 권력 앞에 순응하기는 매 한가지다. 정부는 범 국가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조성해 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기업에 좋게 맞추고 있다. 기자만 탓할 순 없다.

 대학생은 자유로워야 한다. 대학생 때는 어디에 얽매여서도 안되고 어디에 순응해서도 안된다. 그것이 토익이든, 토플이든, 행정학이든, 9급 시험대비 국사, 국어책이든, 학점이든, 등록금이든...(사랑 빼고)근데 사회의 요구는 대학생들을 옭아매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등록금은 학생들을 알바 전선으로 내몰게 하고, 졸업 후 바늘 구멍 같은(5%에 속하는)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사회는 학점 관리와 토익,토플 관리 게다가 없는 살림에 어학연수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대학 서열주의는 내 후배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다(그 모습은 볼 때마다 안쓰럽고 짜증난다).

 가끔 생각한다. 사회가 이렇게 대학생들을(대학생 뿐 아니라) 족치게 내버려 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각 세대나 계층 모두 이런 종속 속에서 살고 있다(거론하면 끝도 없어 삼간다).

 대학생 기자는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더 자유로워야 옳다. 그들의 기사 속 비판의 행간에 자유의 묵을 곳을 만들어 둬야 하고, 대학사회의 부조리와 대학 밖 사회의 불합리에 분노해야 하는 자유의 공간을 제 스스로 마련해둬야 한다. 강자와 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을 언제나 제 속으로 육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권익을 위함이고 나아가 사회의 변화를 이끔이다. 말대꾸는 그런 육화의 표출과 대응방식이다. 그러나 내 후배들을 보면, 속으로 참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내 혼자만의 생각인가.

 분노해라, 말대꾸하고 세상이 틀렸다고 지적해 말해라. 그것을 글로 옮겨 널리 알려라. 지금 이 힘든 시기는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세상의 잘못이다.

 선희의 말대꾸는 나와 그 녀석이라는 사적 관계 안에서 농담의 형태로만 이루어지지만 그 모습 조차로도 기껍다. 선배에게 대드는 것은 권위와 권력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세상은 변하고 좋아졌지만 더 변하고 더 좋아져야 한다.

마치며『88만원 세대』(우석훈, 박권일 공저. 레디앙.2007)를 권한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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