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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2007.10.16 저도 찾아갔습니다(3월 5일)
  2. 2007.10.16 부탁드립니다(전국 대학 학보사에 2월 28일)
 
  다짜고짜 찾아갔다. 손에는 비타500 한 박스가 쥐어 있었고 프레스 센터 18층 전국언론노조 사무실 시사저널 분회 농성장을 무작정 들어갔다. 프레스 센터, 다시봐도 컸다.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윤무영 기자님과 안희태 기자님도 봤다. 날은 날이었다. 하늘에서 눈발이 날렸다. 3월의 눈발은 거칠고 억세지 않아 땅에 닿는 즉시 녹어내렸고 쌓이지 않았다.
소집해제가 되고 나도 역시 다른 복학생들과 같이 TOEIC학과에 편입을 해야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TOEIC 책을 샀고 나온김에 프레스센터로 밀고 들어갔다. 날이 추워 몸좀 녹이고 간다는 핑계를 댔다.
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조 사무실 한곁에 시사저널 분회 농성장이 있었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6시였고 남아있는 조합원들은 시사저널의 세 기자(문정우,김은남,이정현 기자님) 뿐이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 농성장은 파장 분위기였다. 세 기자분이 남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며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개의치 않았고 밀고 들어갔다. 다행히 이정현 기자님이 내 얼굴을 알고 계셨다. 나는 어색하게 기자님들께 인사드렸고 세분의 기자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김은남 기자님이 내게 녹차와 한과를 대접해주셨다. 언론인에 대한 선망과 환상이 있던 나는 냉큼 받아먹고 마셨다. 기자님의 작은 선의가 내겐 대단했다.
언론인이 꿈이라고 했더니 문정우 대기자님이 나를 꾸짖는다.
"기자 하지마!!." 그리고는 세 분의 기자들이 동시에 웃었다. 나도 웃었다. 지나간 세월과 돌이킬 수 없는 시절과 불세출의 기자들에 대해 기자들은 말했고 나는 다 받아들었다. 앞에 놓인 테이블은 자뭇 협상장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자들이 말하고 웃었고 나도 들으며 웃었다.
김은남 기자님은 선약으로 먼저 가셔야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사무실 시사저널 분회 농성장엔 남자 셋이 우두커니 남았다. 잠시 정적. 이어지는 문기자님의 일성,
"소주나 한잔 하러 갑시다!!"
옳거니!! 어색한 정적은 한잔 술로 푸는 게 최고다. 냉큼 반겼고 쫓아 나섰다.
무교동의 한 대포집, 안주는 녹두전과 굴전, 동태찌개 였고 술은 소주였다. 술이 들어가자 말의 돎이 원활졌고 어투에 활기가 묻어났다.
나는 '기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약 2시간의 특강과 세월의 흐름 서있는 기자들의 일상에 대해 들었다. 물러설수 없는 기자들의 신념을 들었고 당도할 나의 시대에 기자의 실존과 당위에 대해 들었다. 나는 말을 듣다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시다 말을 들었다. 나도 말을 했지만 나의 말은 술에 묻혀 맴돌았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사저널 노조의 파업이 약 50일 째에 접어들고 있다. 기자들의 쳐진 어깨가 짊어진 신념의 짐들이 언제쯤이면 바른 자리에 놓여 제 몫의 일들을 당해낼 수 있을지...그 날이 어서 오길 술자리에서 나는 바랐고 집에 돌아오며 나는 다시 바랐다.

-술김에 쓴 글이라 횡설수설 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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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는 해야겠는데 막상 할만한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비 언론인들일 각 대학교 학보사에 선배 언론인들을 응원하는 기고를 부탁하는 글을 썼습니다. 제가 보낸 곳은 서울대,연대,중대,성대,이대,한성대,숙대입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복사해서 각 대학 학보사 메일에 퍼 날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하세요,저는 이환희라고 합니다. 언론인의 업(業)을 꿈꾸고 있고 대학에서 우리말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벌어진 시사저널 사태의 공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편집권의 독립이 일시에 매장돼버린 그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진실에 대한 균형에 힘주던 독립언론 시사저널은 기자들의 파업이후 급조된 사장의 비상임 편집위원들에 의해 결호보다 못한 정상발행 잡지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6월 시사저널 경제팀 이철현 기자는 삼성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의 전횡적인 인사성향과 그룹내에서 발언권이 높아진 그에 영향력에 관한 기사를 적었습니다. 시사저널의 삼성관련 기사는 그 사실관계와 그에 따른 삼성의 비리와 부패를 정확하고 치밀하게 파고들기로 유명합니다. 팩트를 귀함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사저널의 기사는 언론계에서도 그 명성이 적지 않습니다.

기사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사저널의 사장인 금창태씨는 이 기사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없이 잡지 게제 불가를 명했다고 합니다. 기자들에 말에 따르면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과 시사저널의 금창태 사장은 한 대학의 동문으로 금창태 사장은 이를 내세워 기사가 나가면 자신의 처지가 뭐가 되냐며 합리적인 이유없이 기사 게제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삼성에 대해 더 심한 기사를 쓰기도 했던 시사저널의 편집국은 이에 대해 말이 납득할 수 없다고 기사 게제를 강행했고 사장은 이에 기자들 모르게 잡지의 인쇄과정에서 그 기사를 빼버렸습니다. 당시의 이윤삼 편집국장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씀으로써 항의의 목소리를 냈지만 사장은 이를 곧바로 수리해버렸습니다. 기자들은 사장의 만행에 반발했고 이에 사장은 기자들에 대한 징계폭탄으로 대응했습니다.

결국 올해 1월 기자들은 시사저널 발간 최초로 파업에 돌입합니다. 지금 그들은 프레스 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한켠에서 편집권 독립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지난 2월 6일 MBC PD수첩에서 '삼성과 언론'이라는 제목으로 다루어졌습니다. MBC와 한겨레신문,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몇몇의 언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에선 이 문제를 쉬쉬했습니다. 시사저널의 기자들은 현업동료들에 무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에 시사저널의 독자들과 시사저널을 아끼던 수많은 사람들이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6일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시사모)'를 조직했습니다. 시사모는 한국언론에서 전무한 매체 소비자 운동과 기자노조에 대한 후원 운동의 성격을 띱니다. 저는 시사모의 회원가운데 하나입니다. 이것이 약 1년간 시사저널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야만의 한국사회에서 언론은 정치권력에 속수무책으로 강간을 당했습니다. 시사저널의 편집국장이기도 했던 소설가 김훈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자면 많은 언론인들이 그때 무너졌습니다. 언론은 정권의 앵무새였고 나팔수였습니다. 몇몇 언론인들은 이 야만의 시대에서 빛을 찾기위해 노력했고(동아투위와 조선투위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1987년 6월 시민과 더불어 언론은 정당성없는 독재권력을 몰아냈습니다. 선배 언론인들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란 말의 실재함을 세상에 내비쳤습니다.

그후 20년, 다시 새로운 권력이 이 사회를 주무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경제권력들이 정치권력이 빠져나간 그 틈을 꿰차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난폭하지도 엄혹하지도 않습니다. 자본과 시장의 무한영성의 논리가 그들 경제권력이 지닌 지배력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엔 시장과 돈의 논리가 진리로 굳어졌고 개발과 발전의 가속도가 온나라를 휘감고 있습니다. 경제권력들은 과거 정치권력이 그랬던 것처럼 언론에 마수를 뻗칩니다. 그들은 광고라는 치명적 무기로 언론을 길들입니다. 언론은 다시 (경제)권력의 앵무새가 되어 개발만능주의와 시장의 위대함에 대해 찬양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신자유주의 구조의 여파로  먹고 살기 어려워진 국민들은 경제권력과 언론의 논리에 속수무책으로 내던져집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국민소득 2만불 시대론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가장 많이 외치고 다녔습니다. 어느 정부부처의 연수는 삼성의 조직문화를 체험하고 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청와대의 기사는 뺄 수 없어도 삼성의 기사는 뺄 수 있다."

라는 말이 언론계 내부에 정설로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경제권력의 힘이 온나라에 미치고 있습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제가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대학은 시장의 범주에 속하는 것인가요. 우리가 받는 교육은 이 전쟁같은 대한민국의 시장에서 혹은 세계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용할 재화(goods)혹은 서비스인가요. 저 역시도 대학교육과 대학산업의 구분이 모호하긴 하지만 대학교육,아니 크게 사회전반에 일고 있는 효율만능주의,적자생존,약육강식의 시장논리가 교육에 여과없이 적용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경제권력은 예전의 정치권력 이상의 마수를 사회에 뻗치고 있습니다.

과거 정치권력의 죄과는 뚜렷했습니다. 그것은 눈에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눈으로 똑똑히 목도할 수 있는 엄연한 죄과였습니다. 사람들이 죽었고 권력 고위층의 비리는 고스란히 대다수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현재 경제권력의 죄과는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회곳곳으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 그들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몇년전 한국 사회를 들었다 놓은 안기부(지금의 중정원) X-file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금력으로 대의를 우습게 알고 권력을 만들려 했습니다. 경제권력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려나 싶었지만 일은 유야무야 덮어져버렸습니다. 이 일을 덮으려 삼성은 돈 8000억원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삼성은 세상의 모든 일을 그들의 돈으로 가능한 줄 아는 모양입니다.

소득의 격차는 날로 증가합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본인뿐 아니라 본인의 자손들까지도 그 가난이 되물림됩니다. 지난날 신분상승의 상징이었던 대학도 이제는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부와 가난이 점차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사회는 약자의 설움에 귀기울여 주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파이를 키울때지,나눌때가 아니라고 합니다. 언제가지 더 키워야하는지 그들의 파이는 아마 먹지 못할 파이인가 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11위 무역수출대국이라고 합니다.

농촌에선 해마다 빚이 늘어간다고 합니다. 일년 경작을 갈아엎는 일이 예사라고 합니다. 정부는 반도체나 휴대전화를 팔면 사회전체의 부(富)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민들의 경작과 사회전체의 부는 아무 관련이 없는지 농민들은 사회전체의 부를 중대할 중요한 협정에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회전체의 부는 지금의 경제권력들 주도 아래 생길 것 같습니다. 2007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자화상입니다.


대다수의 언론이 이 자화상의 주요 부분을 채우고 있는 가운데 시사저널은 그 자화상의 귀퉁이에서 자화상의 틀린부분을 세밀하고 진득하게 지적했습니다. 오직 두려운 것은 독자뿐이라고 기자들은 말합니다. 시사저널의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기사문에서 사실관계의 파악의 지난함을 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진 보도를 기피했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촌지와 향응이 만연했던 부패언론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제 돈으로 취재원들의 밥을 사먹이며 언론의 정도를 걷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경제권력과 과거 정치권력의 외압에 맞서기 위해 사표내기를 꺼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편집권이 어디에 귀속되느냐의 문제는 오늘의 언론앞에 닥친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와 비중에 비춰봤을때 언론이 올바로 작동하려면 온갖 이해와 정치적 목적을 비껴선 곳에 편집권이 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생각해 보건대 그곳은 아마 편집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이 걸어온 정도 언론 18년 궤적을 되짚어 봤을 때 그 사실은 보다 명확해집니다.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냐구요. 그것은 시사저널 독자들의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매체의 주인은 결국 독자여야 마땅할 터입니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한국 언론사에서 기자들의 파업은 유례가 없었습니다. 기자들의 그만큼 강경하다는 뜻이겠지요. 이 문제는 기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느 파업과 다릅니다. 이는 신념의 파업입니다. 제가 만나본 시사저널의 기자들의 신념은 확고했습니다.

현재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는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에 지지하는 릴레이기고를 벌이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펜을 든것은 이와 비슷한 여러분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부디 선배 언론인들의 신념을 위해 바쁜 시간이나마 펜을 집어주시기 바랍니다.펜을 집어서 '펜과 돈의 싸움'에서 펜은 꼭 이길 수 있다고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뿐 아니라 시사저널의 기자들을 돕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 시사모 (sisalove.com)에 들르시면 글을 기고해 주시거나 이밖의 여러 측면에서 기자분들을 돕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산에는 녹음이 다시 짙어질 것입니다. 산하에 얼어있던 얼음과 눈들은 녹아 내를 이뤄 흐를 것입니다. 캠퍼스엔 젊음의 열기로 그득하겠지요. 여러분들은 취재에 기사작성에 다시 바빠지시겠군요. 봄은 아름답고 열띤 계절입니다. 시사저널의 편집국에도 다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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