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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학생들은 시대의 변혁에 앞장섰다. 학생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았고 세상의조리를 향해 나아갔다. 민족과 민주,자유,통일,평등 등의 담론에 학생들은 울부짖었다. 아직 자본의 논리가 세상을 뒤덮기 전, 이 나라의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모였다. 학생들은 모였지만 제각각 번뜩였다. 모임 안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빛을 냈고 저마다의 말과 글로 세상을 담았다.

최근에,학생들은 변했다. 세상은 학생들을 변하게 했고 변한 세상에서 학생들은 분주해야 했다. 학생들은 주로 몇몇의 말들에 관해 공부를 했는데 그 말속엔 세상과 시대가 담겨있지 않았다. 행정법 속의 말인 조문을 학생들은 외웠고 국사책 속의 말인 왕과 문화재들을 학생들은 그냥 암기했다. 학생들은 경제신문을 읽어야 했고 전공도 아닌 영어에 목을 메야 했다. 노동자와 농민,빈민은 학생들과 멀었고 공무원과 기업,재테크는 학생들과 가까웠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학생회란 곳은 갈팡질팡 비틀댔다. 과도한 등록금 인상안을 두고 학생회장은 외유(外遊)했다. 또 다른 곳의 학생회는 학교의 열악한 처우에 반발해 농성중인 파견직 노동자들에게 "학생들에게 피해가 되니 학교를 하루속히 떠나달라."고 했다고 했다. 또 한곳의 학생회는 파업 중인 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항해 재단과 연대를 했다고 했다.

사회적인 연대의 대오가 약해져 과거와 같은 더불어삶이 쉽지 않다고 한 원로 언론인은 말했다. 나는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변해 돈 앞에 무릎꿇고 머리 조아리는 세상에서 학생들의 세상에 대한 수긍이 비참했다.

변하는 것은 쉽고 변해져야 마땅히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 시절에 세상과 시절을 탓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학생들이 변했다고,각박해졌다고 꾸짖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세상은 흘러야 했고 그 흐름 속에 속수무책으로 놓인 학생들도 흘러야 했다. 그 흐름은 세찼고 줄기찼다. 거스를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되 그 흐름의 방향을 모든 사람이 누리는 행복의 방향으로 조절할 수는 있으리라 믿는다.

"학생들아, 세상에서 흐르되 세상의 흐름에 대해 고민하며 흐르자."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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