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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바다에 다녀왔다. 내가 다녀온 두 바다는 조수의 차가 크지 않았다. 바닷물은 고인 듯 바다에서 흘러가지 않았다. 흘러갔으나 육안으로 식별되지 않은 것이라야 맞겠다. '바닷물은 정지(停止)한 것이 아니라 정처(定處)를 잡지 못했다.'라고 적고 싶다. 두 말은 본디 하나일 것인지도 모르겠다.

  갈매기가 날고 지평선 끝에 섬이 보이는 바다는 서해의 바다였다. 월미도에서 한 번, 대명포구에서 또 한번 서해바다를 봤다. 바다는 정처없었고 정지한 듯했으나 나를 반기지는 않았다. 나도 정처가 없었고 정지된 상태로 바다에 간 듯했다.

  바다는 육로의 끝자락에 있었는데 차는 육로를 돌고 돌아 바다에 닿았다. 내려서 걸을 때, 두 다리에 실리는 몸의 하중은 조수의 추력에 수직으로 꽂혔다. 갈매기가 몰려다니며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고 땅에 똥을 쏟았다. 같이 간 개는 돼지 소리를 냈다.

  얼마 전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고 적었다. 서울을 벗어나면 길과 답이 보일 것 같아 그랬다. 지금, 서울에서 나는 사방이 막힌 진공의 고립무원 상태같다. 숨이 막혀 기침을 내뱉지만 기침 끝에 숨이 가쁘다. 바다의 푸른 빛은 길도 아니었고 답도 아니었다. 나는 바다로 가는 길에서 길과 답을 스쳐본 것 같다. 길과 답은 도심 어딘가에 있는 것도 같았다.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고 활자 사이에서 혼곤한 머리에, 저녁에 먹은 머릿고기와 맥주와 소주를 부어 다음 하루 일상을 고민한다. 길은 사통으로 뚫려 있지만, 답은 팔달에 놓여있지만 길눈과 셈이 어두워 몇 년을 헤매고 있다.

  구체와 추상, 이상과 일상, 이기와 이타, 행복과 자족의 말들이 대구를 이뤄 잠자리에서 투닥거리며 논다. 밤에 잠을 못 자고 그 말들을 잡으려 하지만 수첩이 멀었다. 그 말들 틈에서 답이 스쳐가기도 했다.

  바다에 길과 답은 없었다. 바다엔 똥을 싸는 갈매기와 바닷물, 정박하거나 운항하는 배 같은 것들만 있었다. 밤에, 수첩을 곁에 두고 자야겠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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