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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의 단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전화통을 붙잡고 이 질문 저 물음을 했다. 취재원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대체로 성실한 답이었다. 받아 적으며 만족한 답들이 주를 이뤘다. '사실'은 모일 대로 모였다. 이제, 쌓아올릴 차례다.
  나는 순열이나 배열에 재능이 없는 학생이었다. 조합이나 덧셈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 때는, 그게 필요없을 것 같았다. 오판이었다. 수학을 잘 하는 것이 글쓰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안다. 그저, 쓰자니 이 점 저 점 채인다. '아, 그 때 그걸 좀 열심히 할 걸.'하는 마음이 생긴다. 글을 앞에 두고 소회를 적자니 적잖이 부끄럽고, 부질없는 일 같다.
  지금, 내가 모은 팩트는 하나의 글을 적기에 족해 보인다. 내 눈에는 차고 넘쳐 보인다. 선배들 눈에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써야겠다. 71호에는 내 기사를 적어 올린다고 은남 선배에게 호언했다. 되려나.
  은남 선배는,
  "써 봐라." 했다. 쓰고 나면 보겠다는 말이었다. "쓰지 마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이다. 보겠다는 말이다.
  기자는 쓰고, 쓴 것을 딛고 또 쓰고, 캐서 쓰고, 맞춰서 쓰고, 잘라서 쓰고, 말한 것을 토대로 쓰고, 말하지 않을 것을 유추해 쓰고, 결국 써야 마땅한 직업이다.
  써야겠다. 잘 써야겠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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