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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의 치아에 배긴 치석은 견고했다. 엄지 손가락으로 치석을 긁어내 종이에 묻혔다. 개가 겪은 세월과 삶과 궤적은 치석으로 굳어져 종이에 묻었다. 개는 9년째 살고 있다. 개는 먹을 것을 밝혀 배가 나왔다. 이가 약해 사료를 제대로 씹지 못한다. 개의 탐식은 부실한 치아를 개연해내지 않았다. 개의 구년은 탐심의 구년같이 느껴졌다. 맹렬한 구년이었다.

  비가 오는 날 개냄새는 습기에 배어 바닥에 깔려 집 곳곳을 쓸고 다녔다. 개는 냄새와 같이 다녔고 냄새와 더불어 다녔으며 냄새를 몰고 다녔다. 흙바닥에서 오줌을 누며 영역을 표시하던 날, 개는 본능적으로 흙무덤을 만들었다. 네 발로 오줌밭을 흙으로 메웠다. 목줄을 당겨 걸음을 재촉해도 개는 고집을 부렸다. 나는 개의 고집을 당해내지 못했다.

  개는 암컷이다. 눈알의 색이 햇빛을 받으면 변한다. 그 눈을 들여다보며 개의 시름과 행복을 해득해보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개는 눈보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문 앞에서 나가는 나를 보며 개는 '같이 나가자'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확연한 것이었다. 문을 닫고 9층 높이의 집에서 내려가는 내내 개의 표정을 생각했다.

  개는 내핍의 힘으로 구년을 견뎠다. 내핍은 탐심과 한 몸이었고 개는 내핍과 탐심의 구년을 살아왔다. 개가 핥으면 찌든 9년의 썪은 내가 난다. 그 냄새는 오래갔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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