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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은 포근한 품으로 서울을 싸고 있었다. 산은 어디가지 않았고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올랐다. 셰르파를 닮은 아주머니가 내게 물었다.
  "서울 사람이 인왕산 가는 길도 몰라요?!" 아주머니는 인왕산을 지키는 초병들을 두루 살폈다. 익숙한 모습 같았다. 아주머니를 따라 걸었다.
  "총각 어디 살아요?"
  "화곡동 삽니다."
  "화곡동에서 왜 여기까지 와?"
  "..."
  인왕산 정상까지 늘어진 성곽을 붙잡고 기어오르 듯 인왕산을 올랐다. 소슬한 바람이 불었고 부윰한 수도의 공기가 도시를 메웠다. 내가 오를 무렵 아침 안개는 아직 걷히질 않았다.

  인왕산 길을 걸으며 '모든 굶주리는 것들에 대해 그것들을 위해 적어야 겠고 말해야 겠다'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문득 들었다. 말 뿐인가. 그랬으면 좋겠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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