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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일기는 내가 쓴다. 그렇게 돼버렸다. 양해 바란다. 술 먹는 중에 문자 왔다. 고재열 선배의 문자였다.
  "첫 일기는 네가 써라."란 내용이었다. 고재열의 문자는 매번 반갑고,버겁다. 나는 쓴다.
  '선배' 그 어색한 호칭
  어색했다. 나는 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솔직히 그렇다. 난 그들과 구면이다. '기자님'하고 따라 다녔고, 들러 붙었다. 이제는, 어제부터는(어제 일기를 오늘 쓴다. 게으른 인턴을 양해 바란다) '선배'다. 내 사수(?) 변진경 선배가 일렀다.
  "기자님이 아니라, 선배! 철저해라. 이게 어디서..."
  샌드페블즈는 '나 어떡해'했다. 나는 '나 어색해'다. 어색해도 할 수 없단다. 이 바닥 호칭이 이렇단다(언제, 선배란 말이 지니는 다면적 어감을 쓰는 날이 올 것 같다).
  남국의 수다
  남문희 국장과는 점심을 먹었다. 서대문의 '아지오'에서였다. 우리는 포식을 했고 남문희 국장은 맥주만 홀짝였다. 그나마 그 홀짝인 맥주의 열량과 취기마저도 그는 우리에게 쏟았다.
  "기자는, 저널리즘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야 돼. 의견을 가지고 '저 자식이 개아들이다'하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나는 기자하면서 이건 지키려고 했다."
  그의 말은 대략 이랬다. 남문희 국장은 잃어버린 '주간지의 문법'을 그리워하는 듯했다.
  "나는 <시사저널>창간 멤버다. 시사주간지 영역이 척박한 한국에서 <시사저널>은 대단한 매체였다. 거기에 20여년을 쏟았다 (중략)시사주간지, 위클리의 문법이 분명 있다. 국장을 얼마 전에 달았다. 그 문법을 부활시키고 싶다. 내 후배들은 그 문법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다시 만들거다."
  "국장 달고 기사도 못 쓴다. '편집국장의 편지'도 못 쓴다. 정신 없다. 내가 일선에서 뛰면 데스크는 누가 보나? 난 뒤보는 국장 역할인 것 같다."
  이날 남문희 국장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이 말들을 다 못 받아 적었다. 그가 말할 때 하늘에선 눈이 왔다. 나는 내리는 눈을 몰래, 쳐다봤다.
  민완하다 민완해. 주진우!
  주진우 기자는 민완하다. 이 말을 주로 들었고 어제 확인했다. 그는 온갖 취재 뒷얘기와 일화들을 우리에게 전했다. 가히, 듣기에 대단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여러분과 좋게 지내고 싶다. 노력해다오." 말머리에서 그는 말했다. 우리 두 달을 챙기는 챙기는 기자가 그다. 묵직한 신뢰감이 들었다.
  두 달 여정이 시작되다
 
두 달 생활이 시작됐다. 이숙이 선배는 "잘 해라"고 했다.  변진경 선배는 "겉멋 부리지 마라"고 했다. 차형석 선배('선배'란 말이 제일 어색하다;;)는 왜 이런(?)일을 하냐고 했다. 선배들의 말이 빗발쳐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말 사이로 내달리기로 했다. 내 곁엔 다섯명의 동기들이 있다. 그들과을지로 '던킨 도너츠'에서 의지를 다졌다. 굽은 몸을 새로 피기로 했다. 그러기로 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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