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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르포 동행의 소개글에선  "대한민국 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현실을 알리고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를 엿보며 우리 사회를 성찰하는 르포 프로그램이다."라고 적혀있다.
  내가 본 날은 '힘내자, 삼총사'편이었다. 엄마가 아빠와 이혼 후 어린 세아들을 키워나가는 얘기였다. 어린 아들은 엄마에게 "엄마 사랑해, 보고싶어서 전화했어."라고 말한다. 통화가 끝난 후 엄마가 뭐라 했냐는 VJ의 질문엔 서슴없이 "엄마가 사랑한대요."라고 답한다. 어린 아들은 엄마를 걱정한다. 배워서 그런 것 같진 않다. 배려와 걱정과 염려의 마음은 가족을 싸고 있다. 아들은 어려서 그걸 몸으로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최진실이 죽었다. 각 언론에는 그녀의 죽음이 대서특필됐다. 톱스타 최진실의 죽음에 일간지 사회면 2면이 메워졌다. 그녀는 활동 내내 최고 였다. 그래서 그녀가 죽자 세상엔 그녀의 죽음에 대한 소식과 추측과 추론의 말들이 넘쳐흐르다 못해 차고 넘친다. 톱스타 최진실이 죽었다. 그녀의 죽음은 세상을 쥐고 흔들 일이었다.

  그리고 최진실이 아닌 사람들의 삶은 대서특필 되지 못했다. KBS는 심야에 40분의 시간을 할애해서 엄마와 삼총사의 얘기를 다뤘다. 하지만 사람들은 '현장르포 동행'보다 '해피투게더'를 본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익살은 사람들을 웃긴다. '엄마와 삼총사'의 삶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  "아닌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긴 건 긴 것이다. 기자는, 언론은 그걸 사회적으로 울림이 크게 말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그래도 그들이 다루는 말들은 울림이 커서 위와 같은 사람들의 얘기를 하면 도움이 온다.

  미디어는 그걸 무서워, 경외해야, 설레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언론, 미디어가 그래야 한다고 믿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엄마는 말한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죠. 강한 엄마가 되어야죠.", "아이들은 엄마를 지켜주고 싶다는 데요.", "하하, 저는 아이들을 지켜야죠." '현장르포 동행-엄마와 삼총사'편은 그렇게 맺는다.

  이 일회적 방송과 더불어 진행되는 후원이 언론의 노릇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 모색해야 한다. 구조적으로 사회적으로 왜 그런 힘든 사람들의 삶이 소외받고 있는 지를. 최진실의 죽음이 보도되는 것이 미디어의 현실이라면 엄마와 삼총사의 삶은 미디어의 구실이다. 미디어는 현실을 고민하고 구실을 모색해야 한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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