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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기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1.02 가상기사-영통이 보내는 날
 
 

 조석구씨(59)는 말이 없었다. 그의 소 ‘영통이’를 쓰다듬기만 했다. 기자가 세 마디 물으면 그는 겨우 한 마디 답했다.

  충북 영동군 OO읍 OO리. 조 씨의 축사에서 영통이는 떠난다. 영통이는 축사에서 6년을 살았다. 조씨가 6년을 기르고 먹였다. 수컷이었고, 골격과 발육이 좋은 소였다. 영통이가 떠나는 날, 조씨와 조씨의 가족들은 모여서 오래 영통이를 봤다.

  “말해 뭐혀, 심란하지. 내 저것을…”

  조석구씨는 담배를 피워 물며 말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담배 연기르르 내뿜었다.

  “사료 값이 오르고, 이런 저런 빚에…같이 살 수가 없는 겨. 자식같이 키운 놈인디.”

  영통이는 조씨에게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소였다. 농기계 값이 올라, 농사일이 난망할 때 영통이를 세워 밭을 갈기도 했다. 종일 일을 시켜도 끄떡없었다. 기계보다 나은 소였다.

  “저게 영물이여, 한 번은 마을에서 저걸 잃어 버렸는 디. 발만 굴렀지, 무어. 어떡 허녀고? 밤이 되니께 지 발로 찾아 오더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씨는 영통이를 키우며 추억을 쌓았다. 힘든 농사일에 영통이는 신퉁한 소였고 그는 그 신퉁한 소가 어였뻤다. 조씨는 영통이와 오래 함께 지낼 줄 알았다. 영통이를 팔라는 주변의 권유에도 조씨는 모르쇠였다. 높은 액수를 제시한 권유였지만 영통이는 소였지, 상품은 아니었다. 조씨는 두 말 않고 마다했다.

  하지만, 영통이는 이제 조씨곁을 떠난다. 축사가 빌 예정이다. 축사 속 꼴통에는 영통이가 먹다 남긴 꼴이 남았다.

  “쇠고기를 개방한다고 할 때도 나는 개의치 않았어. 저게 쇠고기는 아닌 거니껴. 쇠여, 쇠고기가 아니라. 근데, 기른 작물이 똥값이 됐어. 먹고 사는 문제에 부닥치니까…저 놈은 지키려고 했는데.”

  조씨는 말인지 한숨인지 모를 말을 했다. 조씨의 전화가 울린다.

  “왔다고? 알았어.”

  이어 1t 용달차가 마당에 들어선다. 조씨가 축사로 갔다. 영통이가 울었다.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가자, 이놈아.” 조씨는 영통이를 매단 줄을 풀어 영통이를 끌고 나온다. 작별인사는 없었다. 영통이는 별 저항 없이 차에 올랐다. 차는 금세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조석구씨는 담배를 피워 문다. 별 말이 없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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