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4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김영애여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7.22 엄마가 살아났다
  2. 2008.07.16 엄마가 무너졌다
  엄마가 다시 일어났다. 다리가 아프던 엄마가 치료받고 걷는다. 저번 주 낸내 엄마는 절룩였다. 회사에 나가지 못했고 집에서 내내 뭉갰다. 엄마는 시름시름 앓았다. 다리가 아픈 게 엄마에게 크게 왔다. 나는 집에서 안 나가고 엄마랑 놀았다.

  엄마는 일요일부터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예의 웃음 띤 얼굴로 회사 사람들을 홀리고 왔다고 엄마는 눙쳤다. 젊은 총각들이 본인을 찾더라며 뽐내기도 했다. 엄마의 말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엄마는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제 저녁에 엄마랑 장을 봤다. 시장을 휘젓고 다니며 장을 본 엄마는 대뜸 뭐 먹고 싶으냐고 물어봤다. 나는 농으로 "회 먹자."고 했다. 회는 우리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외식 거리는 아니었다. 엄마는 "그래, 그거 먹자."라고 답했다. .

  엄마는 회를 씹으면서
"다쳐보니까 인생 별거 없다. 지금 당장 좋은 게 좋은 거야. 내가 아파봐라 니들이 거들떠나 보는가. 우리는 술 안 먹어요. 모자라서."
 "엄마 우리가 모자라?"
엄마는 맹렬하게 회를 먹고 담배는 물었다. 나는 조용히 먹었다. 엄마가 살아나서 다행이다. 밤에 빨래를 널며 엄마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역시 우리 엄마다.
Posted by 이환희
|
  엄마가 무너졌다. 인대가 끊어졌는지 며칠 전부터 절룩인다. 나는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가는 주제에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다. 조심 좀 하지 그랬냐고, 담배 펴서 그런다고... 엄마는 눙치며 받아친다. "지랄한다, 미친새끼. 담배 떨어졌다. 담배나 사와." 절룩이며 커피 심부름을 시키고 담배 심부름을 시킨다. 개가 곁에서 엄마를 지킨다.

  엄마가 무너질 줄은 몰랐다. 엄마는 언제나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시련에 강했다. 세상의 핍박과 엄포에 엄마는 견뎠다. 엄마의 내핍을 어느 순간부터 찬탄하게 됐다. 한량 남편과 운동권 아들이 속 썩여서 요샌 더욱더 내핍하고 계시다. 나는 매번 주변에 대고 말했다. "엄마 없이는 못 산다. 여자친구는 엄마에 대하면 있으나 마나다."

  엄마는 얼마 뒤 수술을 앞두고 있다. 최종 검진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의사는 인대가 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뼈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엄마는 수긍했다. 오늘 점심을 엄마와 같이 먹었다. 순댓국을 앞에 두고 엄마는 담배를 폈다. "할머니가 준 거랑 아빠한테 꿔준 돈 합치면 1000만원은 수중에 있다. 아무래도 2달 정도는 쉴 것 같은데 그래도 될 것 같다." "2달 쉬면 거기서 받아준대?" "그럼, 나같은 고급인력을 어떻게 내쳐?!"

  엄마는 수저를 뜨며 밥을 먹었다. 돌아간 할머니의 짐을 싸 버리지 않아 자꾸 다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으나 그 말을 할 때도 수저를 쉬지 않았다. 엄마에게선 삶의 기운참이 여실하게 느껴진다. 엄마는 나를 그 여실한 기운으로 기르고 먹였다. 그래서 나는 세상에 나가 뒹굴고 다닌다. 엄마 없인 못 산다.
Posted by 이환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