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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모'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8.09.03 기시감(旣視感)
  2. 2007.10.16 기자회견장에서(4월 10일)

  네이버 메일을 펴보는데 '네이버'에서 메일이 와 있다. 내가 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포스트 하나가 게재금치 요청을 당했다는 메일이었다. 어리둥절하다 메일을 찬찬히 읽었다. 작년 7월 26일에 포스팅 된 '시사저널 결별 기자회견장에서'란 제목을 단 포스트였다. 큰 문제가 되는 글도 아니었다. 단순히 시사저널의 전 기자들이 청양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람들에게 회사와의 결별을 알리던 날, 그 표정과 말을 담은 글이었다.

  난감해서 요청자를 보니 <시사저널>이란 아련한 기억의 잡지였다. '시사'까지만 보고 <시사IN>이나 <시사IN>의 기자들로만 알았다. '내가 너무 기자들의 푹 젖어있는 모습을 썼나. 하긴 기자들 자존심이란 게 있는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시사IN>이 아니라 <시사저널>이란다. 네이버 측은 친절하고 상세하게 게재 금치 요청서를 썼다.

  '귀하의 포스트가 게재 금치 요청자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사오니...' 대강 이런 요지의 말이었다. 명예? <시사저널>의 명예? '네이버 지식in'에 묻고 싶었다.

"귀측(네이버)이 '명예'란 낱말을 쓴 것은 <시사저널>이란 잡지사를 염두해 두고 쓴 것 같은데 과연 제가 아는 명예와 귀측이 아는 명예란 말이 같은 뜻인가요? 내공 겁니다."라고.

  사장이 잡지의 인쇄과정에서 무도하게 기사를 들어내 기자들이 1년 간 모든 것을 걸고 파업을 했다.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근무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편집권 독립'. <시사IN>의 기자들이 전 직장에서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이 하나의 가치를 두고 곡기를 끊었던 기자들도 있었다. 결국 지켜지지 않았던 '편집권 독립'이란 명분으로 지금의 <시사IN>이 생긴 것 아닌가. <시사저널>의 명예는 그 때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어디서 사왔나보다. 내가 알기론 그 회사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아는 '삼성'이란 회사의 압력으로 명예를 스스로 없앴다. 기자협회의 회원사 제명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명예가 없어진 줄 알았는데 도로 생겼다니 삼성 측에 돈 주고 다시 사왔나보다. 아님 네이버가 구라를 치는 것일 테다.

  <시사저널>사태의 본질은 '편집권의 위기'다. 풀어 말하자면 사장을 비롯한 여타의 외압으로 인해 기자가 본인 마음대로 기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 <시사저널>의 사장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쇄과정 중에 국장이나 담당기자와 상의없이 기사를 삭제했다. '편집권 침해'의 모범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 덕에 <시사저널>이 가꿔왔던 '독립언론'의 전통과 명예가 깨어진 것인데. 요즘 돈으로 못 사는 것 없다더니 돈 주고 명예를 도로 사들였나보다.

  사장 차원에서 기자의 글을 삭제하더니 이제는 전사적 선에서 선량한 블로거의 글을 게재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도 직접 요청한 것이 아니라 대리인 '네이버'를 통해서 요청을 했다. 곰곰히 메일을 읽다보니 떠오르는 게 있다. 일종의 기시감이다. 식을 세워 대입하면 딱 맞아 떨어지는 그림이다.

  <시사저널>을 당시 '삼성'에 대입하고 '네이버'를 당시 <시사저널>(혹은 당시 사장 금 모씨)라고 대입하면 된다. '<시사저널>(삼성)의 요청을 받아 '네이버'(<시사저널>혹은 사장 금 모씨)가 게재중지 요청(기사 삭제)을 한다. 딱 떨어졌다. <시사저널> 편집권 침해의 전통이 기자와 지면으로도 모자라 이제 개인 블로거와 포스트에까지 미친다.

  이렇게 돼버리면 난 영락없는 당시의 기자들인데 어떻게 그들처럼 파업을 해야하나. <시사IN>창간 1주년에 맞춰 받은 그들의 깜짝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하나.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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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예의는 상대를 기만하지 않는 것이다. 협상에도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협상의 상대를 속이는 것은 협상자의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기만'을 협상의 방식이라고 말하는 협상자에 대해 협상의 상대편은 강경한 협상 방식으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자신들의 협상자로부터 속임을 당했다. 협상자는 그들에게 얼마간의 기간동안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진지하고 집중된 협상마음가짐으로 협상에만 전념하자고 했다. 이에 기자들은 응했다. 각종 강연과 외부기고를 기자들은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에 전념해 좋은 결과로 다시 현업에 복귀하겠다는 기자들의 바람때문이었다. 협상의 소강상태 속에서 기자들은 그 바람 하나로 협상을 기다렸다.

그러나,기자들의 대척점에서 협상자는 기자들과의 협상을 파행으로 몰았다. 협상은 물거품이 됐고 기자들은 기가찼다. 얄팍한 협상자의 기만전술에 자신들이 놀아났다는 것에 대해 기자들은 화가났다. 기자들은 그들이 당한 기만전술에 대응할 강력하고 적극적인 협상방식을 다짐했다.

10일 오전 11시 서울문화사. 시사저널 기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모였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취재하려는 사람들도 모였다. 시사저널의 모회사인 서울문화사 앞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들의 말은 격앙돼 있었다. 말과 말 사이에 참담함과 한숨이 끼어 있었다. 분노와 노여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기자들은 얄팍하고 교활한 협상의 방식과 협상을 비판했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순진했던 투쟁방식도 탓했다. 자신들의 협상자들에게 끼칠 갖은수의 격렬한 투쟁방식을 연구하고 실행하는데 기자들은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회견을 지켜보러 나온 서울문화사쪽 사람들과의 말다툼과 몸다툼도 있었다. 기자들은 이에 주저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전진기지로 서울문화사의 사주 방이 보이는 곳에 새로 사무실을 차렸다고 했다. 채광이 좋은 곳이었다. 사무실엔 봄의 볕이 들었다.

기자들의 파업투쟁은 지난해보이지 않았다. 파업을 위한 파업을 기자들이 하고 있지 않다는 확신때문이었을 것이었다. 기자들은 다가올 매체 정상화를 위해 파업을 기꺼워했다. 기자들은 웃으며 투쟁했다. 이들의 파업은 곧 백일을 맞는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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