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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24건

  1. 2009.01.08 특종? 1
  2. 2009.01.07 '신뢰'의 주진우

  인턴활동을 하면서 취재원들을 많이 만났다. 주로 젊고 어린 친구들이었다. 참여연대 인턴을 하는 친구 둘과 소개받은 대학생. 사례 수집이 주 목적이었다. 그들을 취재해 회의 자리에서 사례를 발표했다. 셋을 말했는데 둘이 ‘킬’ 됐다.


  “이거 못 쓴다. 참여연대는 봉사 개념도 있고 경쟁의 장이라는 개념에서 좀 멀다.”

 
  인턴 동기들 사례는 채택됐다. 주 선배는 듣더니,


  “야, 이거 좋다. 쓰자. 계속 써라.” 라고 말했다. 같이 듣던 나는 오그라들었다.


  기자는 '특종’을 좇는 사람들이다. 특종(아니면 쓸거리)이 없으면 ‘방화라도 저지를 사람들’이라고 문정우 국장은 말했다.

 
  나는 취재원과 만나는 자리가 좋다. 그 취재가 쓰일 지 못 쓰일 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제는 소통이고 인연이다. 나는 취재원을 편하게 해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취재원이 편한지는 별개의 문제고…


  특종의 관한 정의는 분분하다. 남들보다 한 보 앞선 보도, 남들이 보지 못한 보도 등을 통상 특종이라고 한다. 나는 특종의 의미를 감당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순진한 기자다.


  특종 보다는 취재원과의 만남이 좋다. 선배가 백을 줘도, 킬을 내려도 취재원과의 소통에 나는 만족한다. 기자가 된다면, 취재원을 웃기는 기자, 취재원을 감동시키는 기자가 되고 싶다. 생각한 바가 어렵고 궁금해서 옆자리 문정우 국장에게 대뜸 물었다. “취재원을 감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가 답했다.


  “뭘 그런 걸 묻냐, 뜬금없이. 취재원 열받게 하는 기사를 어떻게 쓰는 지 가르쳐 줄 수는 있다.”


  어려운 노릇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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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우 선배의 첫 인상은 좋잖았다. 기자들의 파업 와중이었는데 그리 열성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매번 안 보였고 등장해도 금세 가버리곤 했다.
  촛불정국, 청계광장 거리편집국에서 주선배는 취재총괄팀장이었다. 말하자면 천막 편집국의 장쯤 되는 위치였다. 그는 천막에서 특종 여럿을 몰고 왔다. 새벽녘까지 천막을 지켰고 사람들을 봤다. Tom&Toms에서 빵을 사다 후배들에게 노놔주기도 했다. 그는 묵직하게 촛불 한 복판을 지켰다.
  작년 말 나는 <시사IN>인턴기자가 됐다. 주진우 선배는 인턴기자들의 간사가 됐다. 그는 우리들을 열성으로 챙기는 않았지만, 방임하지도 않았다. 주 선배는 열성과 방임 사이의 긴장을 묘하게 잡았다.
  "나 좋은 사람 아니다. 잘 해라."
  "난 삐딱선 타는 애들 싫어한다. 타지 마라. 삐딱선은 편집국에서 나 하나 타는  걸로 족하다."
  "주 선배는 이런 말들을 우리에게 쏟았는데 꼭꼭 눌러서 말을 했다. 무심한 듯, 거친 듯, 다정한 말들을 눌러 말하곤 했다.
 어느 날, 자리가 마련됐다. 모 인사와 주 선배, 인턴 여섯의 저녁 자리였다. 모 인사는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반골도 너무 반골들이 많다. 김정일 찬양하는 사람들 남한에 숱한 거 보고 탈북한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더라."
  "언론노조 파업, 거 순전히 밥그릇 싸움이다."
  "난 사형제 절대 찬성이다. 폐지할 이유가 없다. (범죄를)당해보면 폐지하라는 소리 못할 거다."
  그 인사는 연배가 높은 편이라 인턴들은 듣기만 했다. 우리 대신 주 선배가 나서서 받았다.
  "김정일 좋아하는 사람 없습니다. 다 싫어해요."
  "밥그릇 싸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주는 공론장, 공적영역인 방송 지키는 겁니다."
  "사형제 전 절대 '폐지한다'입니다. 사형 집행자의 인권 문제는 누가 챙깁니까."
  팽팽한 듯 유하게 둘의 언쟁이 식사 자리 내 계속됐다.
  그 인사와 헤어지고, 인턴 여섯과 주 선배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와인을 마시며 주 선배는,
  "나는 기자의 전형은 아니다. 특이한 기자다. 편집국에서 나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1기 인턴을 했던 한 친구는 주 선배를 두고,
  "말 없이 일 처리 화끈하게 하는 선배다. 가끔 보면 놀랍다." 라고 전했다. 갸웃했는데 와보니 알겠다.

  주 선배는 할 말만 한다. 다변이 아니다. 그리고는 해야할 말을 꼭 눌러 한다. 눌러 말한 말들은 귀에 박히든 가슴에 박히든 박힌다. 박힌 자리에 '신뢰'가 돋는다. 일에서도 그 신뢰가 작용했던지 선배는 특종 여럿했다. 다시 일과 신뢰의 순환. 나는 주 선배의 기자 인생 전반을 모른다. 
  
  “신뢰감을 주는 기자가 돼라. 특종의 밑바닥엔 신뢰가 있다. 주진우 기자가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나름의 신뢰감으로 특종 여럿 했다. 기자 뿐 아니라 사람 전반에 관한 얘기다."
  판매팀의 이상곤 선배는 말했다.
  주 선배의 기자인생, 모르긴 몰라도 '신뢰'는 그 저변에 자리잡은 듯하다. 파업 와중에 그를 오해했다. 촛불 정국에 오해가 슬슬 녹았다. 인턴 약 이레 째 그에 대한 '신뢰'가 잡혔다. 주진우 선배와 만나 다행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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