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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리포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9.09 辭表
  2. 2008.06.28 해피리포터께
  저는 해피리포터 못 할 것 같습니다. 안 하겠습니다. 진작에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할 지 안 할 지를 두고 말을 뭉개다 이 지경까지 오게 돼 버렸습니다. 발대식 이후에 활동이 조금씩 진척되고 나서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더 진행되고, 일 한가운데에서 있을 때보단 지금이 나은 것 같습니다. '안 한다'란 말의 적기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제 생각엔 적기인 것 같습니다. 연구원님 얼굴 보면 말 못할까봐 메일로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우선, '왜 내가 이 일을 해야하나.'란 물음엔 도저히 답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읽어도 재밌지가 않았습니다. 억지로 글을 계속해 읽어나갔고 취재나갔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억지로 그 일과 취재를 하기엔 숙고 끝에 내린 휴학의 날들이 아깝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섞이는 일도 제겐 버겁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내릴 평가와 담화를 기대하는 일도 귀찮고 힘듭니다. 누차 거론되는 제 외모에 관한 말들을 듣는 것도 내색은 안 했지만 지겹고 짜증스런 일입니다. 그 일을 또 다시 겪어나가고 조율해 나가기가 덜컥 무서워졌습니다.

  사실 연구원님에게서 '무시'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연구원님과의 말과 회의 가운데에서 불쑥 나오는 저에 대한 무시의 말들이 조금씩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원님이 저를 편케 생각하셔서 은연중에 그런 말이 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연구원님께 버릇없이 굴거나 건방지게 대한 것 알고 있습니다. 이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바를 그간 느껴왔습니다. 이러한 소통의 어그러짐이 부담이 돼왔습니다.

  연구원님은 제게 '꼬였다'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시 그러하다면 저 역시 그 점을 긍정하겠습니다. 그래서, 담대해져야겠단 생각도 합니다. 해피리포터를 하면서 보단 혼자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론 저를 혼자 다져나가려고 합니다.

  지난 발대식 때 찍은 사진들과 사람들의 자기소개글을 봤습니다. 4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해피리포터'가 되었다는 기쁨으로 가득찬 사진과 글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랬을 것입니다. 지난날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처음, 그 즐거움의 기억만으로 계속해 활동을 연장했습니다. 그러나 1기로 족했습니다. 2기, 3기까지는 지나쳤고 지나칩니다. 그 때 그쳤다면 이 쓸모 없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됐을지 모릅니다.

  저는 벅차오른 40여명의 3기 해피리포터들과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함께 '뚜벅뚜벅' 걸어나가자고 연구원님은 말했지만 그 마저도 힘들 것 같습니다. 나 혼자의 일도 감당 안 되는 요즘입니다. 요즘의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동안엔 생각으로만 그쳤지만 이제는 행동. 그리고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물론, 자치운영위원회의 조그만 활동들이 저를 속박하거나 옥죄고 있었다란 말은 아닙니다. 작은 여지없이 홀가분해지고자 하려는 것입니다.

  '못 하겠고, 안 하겠다.'를 2기 연장 즈음에 말했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말하게 되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된 건 제작소의 사람이 좋았고 사람이 좋아서 늘 yes만 한 저의 탓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싫은 것은 싫다고 내키지 않는 것은 내키지 않다고 할 겁니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그 말이 어려워질 것이라 저는 젊어서 분명하게 말해버릇하려고 합니다.

  얼굴을 뵙고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술한 대로 '말'로 그 말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멀리서 '해피리포터'와 연구원님의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저대로 어디에선가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 바닥이 좁아 언제고 어디서고 마주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연구원님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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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수료식이었죠. 죄송합니다. 수료식 한 5시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늦었다고 말하면 구차하겠죠. 오랜만이지만 다들 봐서 반가웠습니다. 방학해서 다들 바빠보였습니다. 바쁜 게 옳은 건지 무료한게 죄인지. 이 둘은 맞을 수도 있겠고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혼자 한가해서 적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허구일 수도 있겠고, 의견일 수도 있겠죠?) 리포터 하면서 많이 쳐졌습니다. 시절이 시절인 지라 온 신경을 광화문과 세종로에 집중하고 삽니다. 요 며칠 속상해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무섭더군요. 우리나라는 역시 관료제입니다. "폭력시위 엄단하겠다."란 대통령의 준엄한 선언에 경찰의 대응은 기민했습니다. 물대포가 시민들에게 날아오더군요. 흥분한 시민들과 흥분한 시민들에 대응하는 격앙한 경찰들을 바라보는 일은 참 속상합니다. 한국 수도 서울 복판에서 연일 보이는 풍경입니다.

  자랑은 아닐 것입니다. 집회에 나간다고 훌륭하고 낫고 된 대학생이라 하는 명제는 부분적으로 틀릴 것입니다. 명제의 성립은 그 주어(대학생)에 있겠죠. 저는 훌륭하고 낫고 된 대학생은 아닐 듯합니다. 다만 속이 끓어서 나갑니다. 나가서 마주하면 속이 상합니다. 안 나가면 속이 끓습니다. 결국 이 둘 사이에서 휘청대고 있는 대학생일 것입니다.

  많이 소홀했습니다. 1기에 이어 2기까지 하고 있는데 기사의 질은 나아지질 않고 담당 연구원 속이나 썩히고 말이죠. 성격이 거칠고 퉁박해 저와 마주하신 분들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경우없이 소통한 적도 많습니다.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좀 더 성실하게 했어야 했는데…말이죠. 경력자는 무너집니다.

  시민사회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당장에 희망제작소의 사정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함께 만들려고 했던 하나희망재단(무담보 소액 대출-창업자금 지원 사업-소기업발전소 담당)도 법인세와 납부와 관련해 그 설립이 위태롭다고 합니다. 환경단체는 대운하 때문에. 보건 단체는 쇠고기 때문에, 경제 단체는 정부의 방임적 경제 정책(이른바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여러분들도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만나는 활동가들마다 그런 소리를 한 것을 들었습니다.

  연대로 굳건한 시민사회가 정권하나 잘못 들어섰다고 무너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하지요. 허나 휘청대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합니다. 정권의 무참함이 세상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관통하는 무참함 곁에서 시민들이 아우성 치고 있고 시민사회가 그 뒤를 봐주고 있습니다. 깃발이 늘어선 세종로에는 소화기 가루가 매캐합니다. 물대포는 일종의 은유일 것입니다.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정권의 은유라..실로 적절하고 와 닿습니다. 벽돌에 맞아 피 흘리며 실려나간 시민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서 선연합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많은 말을 나눴습니다. 주로 진로와 방학계획에 관한 말들이었습니다. 느낀 것은 여러분들이 세상에 상당히 주눅들어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살 길이 탄탄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경쟁에 전선에 놓여있는 대학생들의 말은 제가 느끼기에 주눅들어 있었습니다(주제넘게 쓰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란 말을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시절이 시절인 지라 그렇겠죠.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역시 이런 말을 하는 것 역시 주제 넘겠습니다만. 우리 더 당당해집시다. '생계'에 주눅들린 대학생들의 모습은 아름답지 못해보이나 한편으론 불가피해 보입니다. 하지만, '불가피'란 말의 '불가역''성에 도전해 봅시다. 살 길을 혹 그 곳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세상이 험합니다. 경쟁이 피 튀깁니다. 대학생들을 경쟁의 사지로 내모는 세상이 괘씸합니다. 길을 걷더라도 이 괘씸함은 알고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경쟁이 무참한 것은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닐 것입니다. 더불어 괘씸함을 지탄할 수 있는 품을 같이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대책회의가 위치한 참여연대로 압수수색 영장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참여연대가 술렁입니다. 우리, 이 무참한 시절을 견뎌냅시다. 종내에 더불어 웃읍시다. 우리 함께 갑시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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