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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인턴'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9.01.11 대형마트 취재 리포트
  2. 2009.01.07 '신뢰'의 주진우

  “대형마트들은 교묘한 눈속임으로 소비자들을 속인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우리보다 더 싼 품목은 소수 품목밖에 없다.”


  동네마트 주인들은 한 목소리였다. 요는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 속고 있다'였다. 대형마트에 고객을 뺏긴 분풀이가 더해진 말 같았으나 주인들은 대체로 몇 가지의 공통된 ‘사실’을 말했다. 용기와 용량의 차이는 기자가 만난 동네마트 관계자 모두의 말이었다.


  수서동에서 만난 OO마트 주인 아무개 씨는 “동네마트 형 제품과 대형마트 형 제품이 다르다. 공급선에서 이미 다른 물품들이 온다. 대형마트와 제조업체가 공모해 그렇게 돼버렸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형과 동네마트 형 제품이 구분돼 나오는 사실은 이미 동네마트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그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용량이 달라도(그는 동네마트가 더 많은 편이라고 했다)가격은 비슷하다. 고객들은 그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대형마트에 간다. 비합리적인 소비지만 고객들을 탓할 순 없지 않나.”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작전시장 내 한 마트에서 일을 하는 아무개 씨는 이런 말도 들려줬다.


  “대형마트의 제품은 내용물과 포장 간 공간이 붕 뜬다. 포장을 크게 해 놓고, 내용물은 빈약하게 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당면의 경우가 그렇다. 동네마트는 빽빽하다. 보면 안다.”


  대형마트는 포장으로 소비자의 눈을 속인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런 경우 소비자들이 유관으로 확인하기도 번거롭기도 해서 그저 믿고 대형마트 제품을 산다고 했다.


  용기와 용량의 차이, 마트 별로 구분된 상품 등 대형마트의 상술을 지적하는 얘기는 그간 간헐적으로 있어왔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적어도 동네마트의 주인들에겐 그랬다.

 


  대형마트는 성장세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SSM이란 것도 만들었다. 광역상권 뿐 아니라 소역 상권도 휩쓸어버리겠다는 움직임이다. 관련규제가 미약하거나, 전무하다시피 해 작은 몸뚱이로 대형마트와 맞서야 하는 동네마트는 고사 직전이다. 찾아간 동네마트는 대부분 한산했다.


  대형마트가 악이고 동네마트가 선이라고 적을 수는 없다. 그 반대도 성립할 수 없다. 소비자들에게 비합리적 소비를 탓하고 합리적 소비를 촉구하는 일도 어렵다. ‘소비’를 선·악 가치 기준에 묶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관건은 대형마트와 동네마트가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다. 동네마트의 고사위기는 동네마트의 문제만은 아니다. 몰락한 동네마트 자영업자가 다시 생계시장에 뛰어들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일은 어렵다. 그들을 떠안은 나라 전체에도 부담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환란 시기 한국은 이미 그걸 겪었다.


  대형마트와 여기서 파생된 마트들의 무분별한 시장잠식은 악이다. 그 악은 지금, 동네마트만의 불행이다. 하지만 악을 규제하지 못해 머잖은 시간 내 마트가 고사하고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무너진 지역경제의 책임을 국가가 나서 져야할 때, 불행은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다.


  취재하며, 동네마트의 한 관계자가 물었다. “이거 취재해 가면 어디에 나와요? TV? 신문?…이런 거 자꾸 나와야 바뀌고 우리도 살지, 좀.” 기자는 즉자에 긍정하고 동의하지 못했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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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우 선배의 첫 인상은 좋잖았다. 기자들의 파업 와중이었는데 그리 열성 같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매번 안 보였고 등장해도 금세 가버리곤 했다.
  촛불정국, 청계광장 거리편집국에서 주선배는 취재총괄팀장이었다. 말하자면 천막 편집국의 장쯤 되는 위치였다. 그는 천막에서 특종 여럿을 몰고 왔다. 새벽녘까지 천막을 지켰고 사람들을 봤다. Tom&Toms에서 빵을 사다 후배들에게 노놔주기도 했다. 그는 묵직하게 촛불 한 복판을 지켰다.
  작년 말 나는 <시사IN>인턴기자가 됐다. 주진우 선배는 인턴기자들의 간사가 됐다. 그는 우리들을 열성으로 챙기는 않았지만, 방임하지도 않았다. 주 선배는 열성과 방임 사이의 긴장을 묘하게 잡았다.
  "나 좋은 사람 아니다. 잘 해라."
  "난 삐딱선 타는 애들 싫어한다. 타지 마라. 삐딱선은 편집국에서 나 하나 타는  걸로 족하다."
  "주 선배는 이런 말들을 우리에게 쏟았는데 꼭꼭 눌러서 말을 했다. 무심한 듯, 거친 듯, 다정한 말들을 눌러 말하곤 했다.
 어느 날, 자리가 마련됐다. 모 인사와 주 선배, 인턴 여섯의 저녁 자리였다. 모 인사는 작심한 듯 말을 쏟아냈다.
  "반골도 너무 반골들이 많다. 김정일 찬양하는 사람들 남한에 숱한 거 보고 탈북한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더라."
  "언론노조 파업, 거 순전히 밥그릇 싸움이다."
  "난 사형제 절대 찬성이다. 폐지할 이유가 없다. (범죄를)당해보면 폐지하라는 소리 못할 거다."
  그 인사는 연배가 높은 편이라 인턴들은 듣기만 했다. 우리 대신 주 선배가 나서서 받았다.
  "김정일 좋아하는 사람 없습니다. 다 싫어해요."
  "밥그릇 싸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주는 공론장, 공적영역인 방송 지키는 겁니다."
  "사형제 전 절대 '폐지한다'입니다. 사형 집행자의 인권 문제는 누가 챙깁니까."
  팽팽한 듯 유하게 둘의 언쟁이 식사 자리 내 계속됐다.
  그 인사와 헤어지고, 인턴 여섯과 주 선배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와인을 마시며 주 선배는,
  "나는 기자의 전형은 아니다. 특이한 기자다. 편집국에서 나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1기 인턴을 했던 한 친구는 주 선배를 두고,
  "말 없이 일 처리 화끈하게 하는 선배다. 가끔 보면 놀랍다." 라고 전했다. 갸웃했는데 와보니 알겠다.

  주 선배는 할 말만 한다. 다변이 아니다. 그리고는 해야할 말을 꼭 눌러 한다. 눌러 말한 말들은 귀에 박히든 가슴에 박히든 박힌다. 박힌 자리에 '신뢰'가 돋는다. 일에서도 그 신뢰가 작용했던지 선배는 특종 여럿했다. 다시 일과 신뢰의 순환. 나는 주 선배의 기자 인생 전반을 모른다. 
  
  “신뢰감을 주는 기자가 돼라. 특종의 밑바닥엔 신뢰가 있다. 주진우 기자가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나름의 신뢰감으로 특종 여럿 했다. 기자 뿐 아니라 사람 전반에 관한 얘기다."
  판매팀의 이상곤 선배는 말했다.
  주 선배의 기자인생, 모르긴 몰라도 '신뢰'는 그 저변에 자리잡은 듯하다. 파업 와중에 그를 오해했다. 촛불 정국에 오해가 슬슬 녹았다. 인턴 약 이레 째 그에 대한 '신뢰'가 잡혔다. 주진우 선배와 만나 다행이다.
Posted by 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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